① 경주, 야경에 빠지다!
경주에 세 번째 다녀왔습니다. 4년 전에 가족 여행으로 처음 가보았고, 재작년에 수학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천마총, 불국사, 첨성대....... 사실 모두 여러 번 가 본 곳이라 이번 여행은 솔직히 기대되는 곳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서울에서 5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경주는 10월이지만 여전히 뜨거운 햇빛으로 도저히 둘러 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숙소에서 오후 내내 쉬고 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선 길. 오! 경주의 밤은 특별했습니다.
첨성대는 주변이 넓은 잔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시 말해 한낮에 가면 그늘이 없습니다. 게다가 멀리서도 충분히 보이기 때문에 굳이 사진 촬영이 아니면 스윽 지나치며 보게 됩니다.(더욱이 저처럼 세 번째라면!) 그런데 밤에 가보면 뜨거운 태양 대신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첨성대의 우아한 곡선이 더욱 아름답게 돋보입니다. 야경이라 인물 사진과 함께 찍기 어렵다는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올해부터는 입장료도 무료이니 꼭 첨성대의 야경을 느껴 보세요.
첨성대에서 걸으면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동궁과 월지(안압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이미 경주의 대표적인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죠. 제가 경주에 갔던 날은 마침 보름달이 떠서 이곳의 야경과 함께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동궁은 신라의 태자가 머물렀던 별궁입니다. 월지는 동궁에 붙은 정원의 연못으로, 바닥에서 신라 특유의 기와 조각과 와당 조각이 많이 출토되었으며 보존된 예가 드문 목조의 배, 건축 부재, 목간등도 남아있어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안압지의 야경이지만 해가 지고 나니 제법 쌀쌀하네요. 동궁과 월지 입구에서 뜨거운 어묵을 먹고 나니 이곳에서의 기억이 더욱 든든하고 오래갈 것 같습니다.
동궁과 월지에서 나와 월성터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라 산책삼아 걷기 좋습니다. 월성은 신라시대 유적지이지만 조선시대의 유명한 유적인 석빙고를 볼 수 있습니다. 석빙고는 얼음을 넣어두던 창고로 바닥은 경사로 물이 흘러 배수 될 수 있게 만들고 지붕은 반원형이며 3곳에 환기통을 마련하여 바깥 공기와 통하게 했습니다. 규모나 기법에서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석빙고를 어두운 밤이라 보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조명 덕에 오히려 더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월성을 지나 교촌으로 향했습니다. 월정교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원효대사는 월정교를 건너 요석궁에 들어갔다’고 전하는 이곳은 통일신라시대 월정교의 옛터가 남아있습니다. 센 물살에 견디도록 교각을 배모양으로 쌓은 것이 특징이며 최근에 복원되었죠. 지금은 이곳은 한옥마을로 다양한 공방 등 체험 공간이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최씨 고택과 계란 김밥집입니다. 줄이 너무 길어서 우리 가족은 다음 기회에 맛보기로.
10월의 경주는 곳곳이 축제였습니다. 특히 밤을 밝히는 축제가 한창입니다. 풀벌레 소리 깊어가는 경주의 가을밤, 둥근 달과 함께 이곳을 환히 밝히고 있는 아름다운 야경을 꼭 한 번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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